품목 정보
책 제목: 16cm의 무게
저자: 미녕
출판사: 인디펍
출간일: 2020-05-30
분야: 에세이
제본: 무선제본
쪽수: 234p
크기: 128*190 (mm)
ISBN: 9791190003438
정가: 12,000원
책 소개
당신 손에 쥔 불안의 무게는 얼마인가요?
일찍 암을 찾아냈다.
덕분에 가질 수 있는 두려움의 크기는 한정된다 여겼다.
편히 마음을 졸이지도, 고되다 솔직하게 고백하지도 못한다.
대놓고 힘들어하기에는 양심에 꺼렸으며, 별것 아님에 손가락질받을까 두려웠다.
많은 하루를 보낸 뒤, 망가진 마음을 발견한다.
괜찮다 자신까지 속이며 바로 보지 않던 시간이 단단히 곯아 심한 악취를 내고 있다.
진실로 보내지 못한 흐트러진 날들을 책 속에 바로 앉혀둔다.
이제야 아픈 몸을 인정하고, 따뜻한 눈으로 위로해 제대로 하루를 산다.
+
「16cm의 무게」는 암을 발견하고 병원에서 보낸 시간과 퇴원 후 바뀐 삶, 가족을 포함해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에 관한 솔직한 사유를 담고 있다. 결코, 슬프거나 괴롭지 않다. 묵직한 불안과 가벼운 철없음으로, 그때의 이야기를 편안히 나누고 싶다. 마음으로 들어주길, 모두가 건강하길 진심으로 바란다.
저자 소개
미녕
아침 일찍 일어나 따뜻한 물 한잔,
하루 세 번 새 밥을 지어 든든히 먹고 내리쬐는 햇살을 받으며 적당한 거리를 걷는다.
책과 음악을 곁에 두고 좋아하는 사람과 내일을 이야기한다.
다시 아프지 않기를 진실로 바라며 차분히 남기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
목차
퇴원 전
예측불가 _ 16/ 미숙한 불안함 _ 28/ 준비, 땅! _ 50/ 적응의 동물 _ 66/ 슬기로운 병실 생활 _ 88/ 친애하는 나의 보호자 _ 106/ 그들이 찾아올 때 _ 120/확인 불가 사항 _ 140
퇴원 후
자기소개서: 개정판 _ 156/ 죄책감 즐겨찾기 _ 168/ 괜찮아 보이는 환자 _ 176/ 하자 있어요 _ 186/ 흉터 _ 202/ 쾌유와 완치 사이 _ 210/ 보이지 않는 _ 220
책 속으로
'만약 의사 선생님의 입에서 극단적 결과가 나온다면 어떤 반응을 보여야 하나 잠깐 고민을 했다. 드라마에서처럼 바로 눈물이 흐를까. 의사 가운이라도 붙잡고 매달려야 하나. 선생님도 내심 기대하는 반응이 있지 않을까. 나름 진지하게 고민했지만, 애석하게도 선생님은 예상했던 자극적인 진단은 내려주시지 않았다.'_<미숙한 불안함> 중에서
'아파서 우는 건 아니다. 그것만은 명확했다. 긴장이 풀려서였거나, 인제야 바로 본 현실이 두려웠기 때문일 수도 있겠다. 여태 받아들이지 못했던 상황을 몸에 칼을 대고서야 절실히 깨달아 그제야 제대로 절망한 것 같기도 하다. 나쁜 덩어리도 사라졌지만, 몸에서 난소 하나도 사라졌다. 그것이 두 개인 데는 다 이유가 있을 텐데, 갑자기 하나가 사라지니 서럽다. 남들에 비해 부족한 형편이 되었다.'_<준비, 땅!> 중에서
'한때 무겁고 심오한 영화를 좋아했던 나는, 이제 사회생활의 무거움과 심오함을 알아버린 까닭에 영화에서까지 같은 장르를 택할 수는 없게 됐다. 병상에서 다시 그때로 돌아가 본다. 슬프고, 힘들고, 애달픈 영화를 찾아보기 시작한다. 환자의 나날엔 비통과 애수가 응당 깔려있는지라 그러한 영화가 잘 어울렸다.'
'병원복엔 계절이 없다. 늘 같은 옷을 입고 지내니 바깥 공기가 어찌 변하는지 체감할 수 없다. 시간은 병원 창밖으로만 흐르는 것 같다. 야속하게 병실 안 사람들은 그대로 남겨둔 채 속절없이 잘도 간다.'_ <슬기로운 병실 생활> 중에서
'설탕과 밀가루가 식도를 타고 들어가 배 속 장기들에 달라붙는 상상을 한다. 곧 그것들은 정확하게 무엇인지 알 수는 없으나 굉장히 몸에 나쁜 까만 물질로 변할 거다. 그로 인해 장기들은 시름시름 병들어 가겠지. 꺼림칙하니 불안했다. 순간을 참지 못한 내가 죄인이다.'_<죄책감 즐겨찾기>중에서
'정기적으로 병원에 다니며 무결함을 선고받았음에도, 간혹 이의를 제기하는 이들이 있다. 사람들은 나의 건강함을 온전히 믿어 주지 않았다. 곁에서 수술 잘 되었으니 건강할 거라 다정하게 위로하던 사람들 중에도 그런 이가 몇이나 되었다. 결국, 내게 문제가 있다 생각하고 있었다.'_<하자 있어요> 중에서
'흉터는 내가 암 환자라는 사실을 매번 상기시켰다. 하루를 기운차게 시작하다가도 그것과 마주하고 나면 기분이 바닥으로 고꾸라졌다. 손바닥만 한 그것에는 굉장한 힘이 있었다. 아무것도 변하지 않은 듯한 내 삶이 그 작은 자국 하나로 송두리째 바뀌어버렸다.'_<흉터> 중에서
저자의 한마디
가벼운 불안은 없었다. 품속 두려움을 진지하게 마주하고 바로 삼켜, 제대로 앓는 법을 알아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