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초등교사, 스물넷 청년의 이야기
선생님도 선생님이 처음이라
스물넷에 초등학교 선생님이 된 청년. 그렇게 첫 아이들, 4학년을 만납니다. 아이들과 인사 나누기도 어려워하는 신규 선생님이지만 좋은 기억을 심어주고 싶은 마음을 가지며 교실을 가꿔갑니다. 교사로서 아이들을 가르친 줄 알았는데 정작 종업식 때 아이들로부터 배웠다는 것을 깨닫는 신규 교사는 더 같이 있고 싶은 마음에 다음 해에도 그들의 선생님이 됩니다. 해를 거듭할수록 몸도 마음도 자라나는 아이들. 어느새 첫 아이들은 6학년이 되었고 선생님은 6학년 담임이 되어 아이들과 함께 합니다. 3년간 함께하며 서로를 이해하는 시간 속에서, 스물넷 청년은 자신의 첫 아이들이 졸업할 때까지 그들과 하루하루를 채워나가며 교사로서 정체성을 찾아갑니다.
책에 그 3년을 담아봅니다. 이것은 신규교사와 그의 첫 아이들이 함께 자라나는 성장 스토리입니다. 초보 신규교사가 학교에서 아이들과 고군분투하며 함께 성장한 이야기를 솔직한 에세이로 고백합니다. 누구나 처음은 있습니다. 아이들도 처음, 선생님도 처음인 나날들 속에서 교사는, 그리고 아이들은 어떻게 자라왔을까요? 초등학교 선생님이라는 타이틀을 달았지만 아직 사회에서는 막내. 스물넷 청년이 아이들과 학교에서 살아갔던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더불어 아이들에게 차마 전해주지 못했던 신규 선생님으로서의 생각과 감정들을 담아보았습니다. <선생님도 선생님이 처음이라>를 접하시는 모든 분들이 글 속에서 위안을 받고 각자의 학창시절 기억이 따뜻한 추억으로 회상되길 바라봅니다.
윤희상
학교가 새 학년을 시작하는 개학 날인 3월 2일에 태어난 초등학교 교사입니다. 기쁠 희, 서로 상, <서로 기뻐하는 사람>이라는 뜻의 이름을 가졌습니다. 그래서 아이들과 서로 행복하려고 노력 중입니다.
SNS 아이디: 인스타그램 @yuniyuni3
오후에는 반 아이들 명단을 받았다. 4학년 5반 25명. 내 반, 내 아이들이 생겼다. 그러나 아직 만나지 못해 얼굴을 모르기에 이름이라도 익숙해지려고 수시로 명단을 확인했다. 4학년 5반이니 ‘사오반’이라는 별칭을 붙여 부르기로 했다. 삶의 장소가 대학교에서 초등학교로 이동했지만 책임은 더해졌다. 가르침을 받는 학생에서 가르침을 주는 교사가 되었기 때문이다. 신규 교사는 사실 그 중간의 위치에 서 있는 것 같다. 이론으로 채워진 머리를 가지고 학교 현장에 투입되었기에 아직 배울 것이 많았다. 배움과 동시에 가르치는 입장이 되었다. 내가 맡은 사오반 아이들의 모습은 어떨까. 궁금하다, 빨리 보고 싶다, 말 잘 들었으면 좋겠다, 좋은 선생님이 되어야지 하는 설렘이 있었다. 동시에 신규 교사로서 처음의 그 서투름이 아이들의 교육적 성장에 방해가 되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도 가지고 있었다.
- 「안녕하세요, 새내기 교사입니다」 중에서
그렇게 대피 훈련은 모두 안전하게 탈출한 것으로 마무리가 되었고 다시 교실로 들어가야 하는 시간이 찾아왔다. 그러나 아이들은 (교실로 들어간다)=(공부한다) 공식을 잘 알고 있었기에 운동장에 더 머무르고 싶어 했다.
“선생님 진짜 들어가요?”
“선생님 오늘 날씨가 좋네요.”
“피구하기 딱 좋은 날씨에요.”
한마음으로 온갖 애교를 부리면서 나를 설득하기에 나섰다. 그리고 나는 아직 그 애교 바이러스에 항체가 형성되어 있지 않은 초보 담임이었다.
- 「아무도 날 구하러 오지 않다니」 중에서
“선생님 저희 반 오늘 잘했어요?”
“응, 1반이 제일 잘하는 거 같은데.”
1반 수업을 마치고 한 아이의 질문에 이렇게 칭찬했다. 하지만 다음 수업이 있는 2반에 들어가서는 2반이 최고라고 말해준다. 3반 수업 시에는 3반 아이들이 최고가 된다. 4반 역시 마찬가지다. 그렇게 하면 어느 반이든지 체육을 못하는 반은 없다. 다 모두 최고의 반이 된다.
- 「미세먼지 vs 체육수업」 중에서
모두가 가깝고 친하게 지내기는 어렵다. 아이들도 어른도. 어른도 못하는 것을 너희는 하라고, 모두 다 친하게 지내라고 강조하고 싶지 않다. 갈등은 맞춰가는 과정이고 서로를 이해하는 시간이다. 다 친하게 지내지 않아도 좋다 애들아. 다만 서로 다툴 때, 기분 상함을 주고받았을 때, 갈등이 있을 때 현명하게 해결해보자. 너희들은 할 수 있다. 6학년이니까.
- 「갈등 없는 교실은 없다」 중에서
이미 아이들은 많은 것을 하고 있다. 모든 학생이 그렇진 않겠지만 학교, 학원, 가정에서 그들에게 요구되는 것이 많다고 생각한다. 방학이라도 만큼 그 요구되는 것을 좀 덜어줘야 하지 않을까. 숙제에 얽매여 다른 세상을 볼 수 있는 기회를 잃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초등학생이야말로 충분히 놀고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나이일 텐데. ‘노는 게 제일 좋아.’라는 어떤 펭귄 캐릭터의 주제곡처럼 ‘실컷 놀고 오기’를 숙제로 주고 싶었다.
- 「방심하면 학교 오는 날」 중에서
쉬는 시간에 했던 서로에게 말로 상처 주지 말자는 약속을 한 번 더 한다. 며칠이 지나면 그 약속이 깨질 걸 알면서도 아이들에게 끈질기게 그 약속을 받아낸다. 그리고는 다시 교실로 돌아가 도덕책을 폈다. 이미 수업 시작 후 시간이 15분이나 지났다. 아이들의 언어는 비속어로 멍들고 수업도 제대로 못하고. 속상하고 화도 났으나 그래도 선생님이기에 아이들을 가르쳐야 했다.
- 「구겨진 도덕책」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