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나는 ( ) 봐.
어쩌면, 너는 ( ) 모르지.‘
‘아마도, 어쩌면’이라는 단어는 명확하지 않고 여운을 주는 단어인 것 같다.
나는 정확한 답이 있는 것보다 다양한 가능성이 있는 것이 좋다.
그래서 ‘시’가 좋다.
시는 선명하지 않고 은은한 이미지로 그려지는 느낌이다. 짧고 여백이 많기에 어떠한 것이든 상상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삶도 마찬가지다.
알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나고, 그 일들로 울고 웃고 한다. 여러 가능성이 존재하는 삶 속에서 어떠한 일이 펼쳐질지 기대를 안고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2010년부터 지금까지 조금씩 써 온 시를 묶어 만들었습니다.
40편의 시와 각 시에 대한 짧은 글귀가 수록되어 있습니다.
주로 자연, 연애, 사랑, 꿈에 관한 주제를 다뤘습니다.
경험을 바탕으로 솔직 담백하게 써 내려간 시집 같은 에세이입니다.
시 마지막에 꼬리표처럼 달린 글이 이 책의 별미일걸요, 아마도?
어릴 적 나는 꿈이 많았다. 선생님, 연기자, 시인, 작곡가, 요리사 등 그중에 모든 역할을 해 볼 수 있는 배우가 되었다. 무대에서 다양한 인물로 만족하며 살았다.
그런데 오래전부터 시집을 내보고 싶은 막연한 꿈이 있었다.
사실 초등학교 시절 동시로 상을 휩쓸고 시(市) 대표로 동시 대회도 나갔던 시 좀 써본 아이였다. 하하하.
끄적거리는 걸 좋아하여 성인이 되어서도 조금씩 시를 썼다. 마음 한쪽에 풀어내지 못한 것들이 있을 때, 순간을 기록하고 싶을 때 메모 했다.
시는 선명하지 않고 은은한 이미지로 그려지는 느낌이다. 짧고 여백이 많기에 상상할 거리가 무궁무진하다고 생각한다.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시가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시를 쓰다 보면 마음이 맑아진다. 나를 돌아보고 위안받고 평안해진다. 내가 받은 것처럼 부디 한숨 돌릴 수 있는 힐링의 시간이 되길 바라며..
펴내며.. 중에서 -
떡볶이 떡볶이 맛 좋은 떡볶이
나는 너가 제일 좋아
매콤한 소스에 양배추의 단물이 함께 더해 더 풍성한 맛을 이루지
탱탱하고 쫄깃한 너를 씹을 때마다 군침이 흘러넘치지
양념이 충분히 배어 하얗던 너의 속살이 발그레 홍시 색이 돼야 맛있지
학교 앞 분식집에서 나를 보고 손 흔들면 절대 그냥 못 지나치지
너의 친구 라면 사리는 좀 바쁘지만 함께하면 기가 막히지
너의 애인 튀김이 놀러 오면 완전체를 이루지
학교 앞 떡볶이, 국물 떡볶이, 즉석 떡볶이, 누들 떡볶이, 기름 떡볶이, 궁중 떡볶이, 짜장 떡볶이, 화덕 떡볶이, 컵볶이, 라볶이 종류도 너무 많지
언제 먹어도 질리지 않는
떡볶이 떡볶이 맛 좋은 떡볶이
세상에서 제일 좋아
- 2020. 10. 22. 지금까지 찍어 놓은 떡볶이 사진을 보며 쓴 글-
<떡볶이> 중에서 -
파아란 도화지에 흰 똥 싼 구름들
엄마 구름 아빠 구름 아기 구름들
그중 가장 큰 구름이 말한다.
“ 날 따라오렴. 앞 잘 보고 길 조심하고
먹구름과 한눈팔지 말고 해님의 뜨거운 유혹도 뿌리치고
새들을 만나더라도 무시하고 우리 갈 길 가야 한다.”
그중 막내 구름이 말한다.
“ 엄마, 똥이 나오지 않아요. ”
“ 힘을 내. 할 수 있어. ”
그때 삼촌 구름이 말한다.
“ 괜찮아. 쉬엄쉬엄해도. 똑같은 그림만 그릴 수 없잖아.
이런 모양도 있고, 저런 모양도 있어야 재미있지. ”
그때 다시 막내 구름이 말한다.
“어, 나와요! 아.. 너무 많이 나왔네. ”
그때 아빠 구름이 말한다.
“이런, 다음부터는 힘 조절하렴. ”
그렇게 구름 가족은 가을 하늘을 만든다.
- 2017. 11. 24. 광주에서 서울로 오는 버스 안에서 하늘이 너무 맑아서 쓴 글 -
< 가을 하늘 > 중에서-
서울에 살면서 이사도 참 많이 했다.
보증금 500에 월 30 원룸에서 살았을 때이다.
이 지역 역세권에 이 정도면 저렴한 편이고 혼자 살기 아담한 크기에 딱 좋다고 생각했다.
방을 보러 다닐 때도 한겨울이었고 그때 당시 따뜻했었다. 그런데 살다 보니 겨울에 너무 추웠다. 방 보러 갔을 때 전 세입자가 아마 보일러를 열렬히 틀어놓았던 것 같다. 건물 자체가 오래되고 단열이 굉장히 허술했다. 특히 화장실은 얼음 나라였다. 샤워를 한번 하려면 정말 마음먹고 들어가야 했다. 들어가면 입김이 나올 정도였다. 안 그래도 씻기 귀찮은 겨울에 정말 힘들었다.
그래서 따수미 텐트를 장만했다. 치고 나니 텐트가 방을 다 차지해 돌아다닐 공간이 없었지만 그래도 들어가면 정말 따뜻했다. 공기 차단 효과가 정말 좋았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텐트 밖을 나갈 수가 없었다. 텐트 밖은 겨울 왕국이었다. 밥 먹을 때 빼고는 거의 텐트 안에서 생활하기 때문에 모든 것이 텐트 안을 차지했다. 이동범위가 좁혀지다 보니 점점 게을러졌다. 텐트가 있었기에 겨울을 보낼 수 있었지만, 나의 무게는 늘어나고 말았다.
그 집에선 그렇게 1년 살고 나왔다.
<애벌레가 된다> 중에서-
우리는 대부분 행복한 삶을 원한다. 어떤 행위를 할 때 행복과 연결이 된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 취미생활을 하는 것, 애인을 만나는 것 등 다 끝은 행복을 위한 것 같다. 그래서 끊임없이 도전하고 상처받고 노력한다.
점점 나이가 들수록 행복한 일이 없어진다. 왜 기쁜 날보다 슬프고 힘든 날이 많을까.. 생각이 큰 걸까, 사회의 규정이 자유롭지 못 하게 하는 것일까, 어린아이 눈처럼 새롭지 않아서일까. 어릴 적엔 행복한 일들만 있었던 것 같은데..
영원히 아이 같았으면 좋겠다.
< 행복 이란 >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