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대를 위한 반대가 아닙니다. 선의의 정책이라도, 방향이 틀릴 수 있습니다. 지속적으로 일하고 싶은 의료 환경, 그것이 우리가 원하는 전부입니다. INTRO 왜 의대생은 거리로 나왔나 中
“수가에 대해 한 문장으로 설명해주시겠어요?”
“수가는 의료 행위에 대해 병원이 지급받는 돈입니다.”
“음...어렵네요. 혹시 기피과 수가가 오르면 환자가 부담하는 돈이 늘어나나요?”
“아니요. 수가는 환자가 부담하는 돈과 무관하고 건강보험공단이 병원에 지급하는 돈입니다. 병원은 진료를 하게 되면 환자와 건강보험공단에서 돈을 받게 됩니다. 이 중에서 건강보험공단이 부담하는 돈이 ‘수가’입니다. 환자가 부담하는 돈은 늘어나지 않습니다.”
“어...그렇다면 기피과 수가가 오르면 의사 월급이 오르나요?”
“아니요. 수가가 오른다고 의사 월급이 늘어나지 않습니다.”
“아니, 그러면 도대체 왜 기피과 수가를 올려달라는 건가요?”
“수가를 올려야 병원이 외과 같은 기피과 의사를 채용할 수 있거든요! 이에 대해 이해하기 위해서는 ‘원가 보전율’을 알야아 합니다. 병원은 환자와 건강보험공단(수가)에서 돈을 받습니다. 병원의 지출 금액은 약제비, 기구값, 인건비 등이 있지요. 이러한 지출 금액을 ‘원가’라고 하는데, 외과 수술의 원가 보전율은 70% 선입니다. 이게 어느 정도 수치냐면, 의사가 돈을 한 푼도 안 받고 수술을 해도 병원은 적자를 볼 수 있습니다.”
“1000원을 들여서 수술을 하면 300원이 적자라는 얘기인가요?”
“네. 일하면 일할수록 적자가 납니다. 예를 들어, 이국종 교수님이 환자 1명을 볼 때마다 병원은 146만원의 손해를 보았습니다.”
“아니, 그러면 병원은 뭘 먹고 사나요?”
“수익이 나는 과를 통해 적자를 메꿉니다. 장례식장, 주차장 등에서 수익을 내기도 하고요.”
“음...그래도 전체적으로 보면 흑자일 것 같은데요? 결국에 돈을 더 벌겠다는 속셈은 아닐지...조금 의심스럽네요.”
“2017년에는 지방에 있는 상급 종합 병원 16개 중 6개 병원이, 우리나라 최고의 병원 중 하나인 삼성서울병원은 꾸준히 전체 의료 이익 적자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상급 종합 병원조차 이런데 중소 병원이 외과 같은 기피과를 잘 운영할 수 있을까요?”
“이제 이해가 되네요! 뽑는 순간부터 적자니까 병원 입장에서는 외과의를 채용하지 않으려 하겠군요!”
“네! 채용하면 할수록 적자니까요. 의사가 부족한 게 아닙니다. 의사가 있어도 일할 자리조차 없습니다. 병원이 의사를 채용할 수 있게 기피과 수가를 높여달라는 뜻입니다.” INTRO 수가 Q&A 中
“나, 외과 지원했어. 근데 지원자 아직 나 혼자야.”
“그래? 왜 지원자가 없을까?”
“외과 수가가 낮아서 그래. 전공 살려 개원하기도 힘들구.”
“우리나라는 나라에서 진료비를 정해. 그 진료비를 수가라고 하는데 진료 시 필요한 것들의 원가가 100만원이라고 하면, 나라에서 정해놓은 진료비는 70만원인 셈이야. 원가 보전이 안되지. 사람을 살릴수록 병원은 적자가 나. 황당하지?”
“적자는 쌓이고 병원은 적자나는 외과를 키울 생각이 없어지고, 전문의 고용을 안하고. 고용이 불안하니 의사들이 외과 지원을 안 하지. 외과 전문의 되도 갈 병원이 없는데. 그래도 난 사람 살리고 싶어.”
그 해 외과 레지던트 1년차는 남편 혼자였고, 나는 갓 태어난 아이와 외로운 시간을 보냈다. 그럼에도 시간은 흘러간다. 남편은 꿋꿋이 그 자리를 지켰고, 레지던트 3년차의 여름, 어느 날. 사람을 살리는 의사가 되겠다고 말하던 남편을 향해 누군가는 사람 죽이는 악마라고 말했다. 아주 긴 시간이 지난 후, 돌아봤을 때 지금의 일들이 의미없는 시간이 아니었기를. INTRO 외과 의사가 된 남편 中
여기 소아외과 자격을 방금 막 얻은 풋내기 의사가 있어요. 그런데 취직이 안 된대요. 소아외과가 있는 병원이 없어요. ‘나 혼자서 수술을 어떻게 해. CT, MRI, 수술 장비 아무것도 없이 혼자 병원차려서 수술하라구?’ INTRO 사과 만화 中
급여화가 되지 않아 효과 좋은 약이 있음에도 쓰지 못하는 암 환자의 현실, 첩약(한약)의 급여화보다 생명에 촌각에 달린 환자들에게 그 혜택이 돌아가야 하지 않을까요?
현재 정부는 보장성을 높이기 위해 첩약(한약)급여화에 힘쓰고 있지만정말 절실하게 필요한 임신·출산 부분, 중환자 의료나 중증 외상치료에는 문을 잠그고 있습니다.
위중한 환자, 죽어가는 암 환자들에게 국가의 도움이 절실합니다. CARTOON 첩약 급여화에 대해 알아보자 中
원격 의료의 도입은 종국적으로 지방 의료 인프라의 붕괴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이왕 원격으로 진료를 받으실 수 있다면 여러분은 대형 병원에서 원격 진료를 받으시겠습니까, 동네 의원에서 원격 진료를 받으시겠습니까?
실제로 중앙대책안전본부의 자료에서 코로나-19 시기에 전화 처방 기관별 건수를
살펴보면 의원급에서는 26건, 병원급에서는 204건으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상급 의료 기관으로의 쏠림 현상이 나타난 것이지요.
*병원이 의원보다 상급 의료 기관입니다.
원격 의료를 시행하는데, 굳이 약을 약국으로 받으러 가야 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기에, 정부는 원격 화상 투약기에 대한 시범 사업 역시 추진하고 있습니다.
지방 의료 인프라가 망가지면 그 피해는 결코 의사에게만 돌아가지 않습니다.
의원과 병원에서 근무하는 간호사와 간호조무사의 일자리도 줄어들 것이고,
동네에서 부담 없이 동네 의원에 방문하는 일조차 쉽지 않을 수 있습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러한 정책이 변변찮은 논의조차 없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저희는 원격 의료 그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닙니다. 충분한 숙의 없이 졸속으로
진행되는 원격 의료의 확대를 반대할 뿐입니다. 카드 뉴스 원격 의료 中
공공의대 설립은 당장 실효성이 적고 비용적으로도 불리합니다.
의료취약지역의 의료를 강화하기 위해 300병상 이상의 종합병원과 지역거점 병원을 설립하고 접근성을 높이는 것이 더 효율적일 것입니다.
300병상 이상 종합 병원이 없는 지역은 사망비가 높게 나타나고, 300병상 이상 종합병원 또는 지역거점 의료 기관이 없는 지역은 중등도 보정 사망비가 높게 나타납니다.
우리나라처럼 의료 접근성이 높은 나라에서 당장 필요한 것은 의사가 배출되기까지는 10~15년의 기간이 필요하고, 4조 원이라는 막대한 세금이 드는 공공 의대가 아닙니다.
300병상 이상의 종합 병원과 지역거점 병원을 확충하고, 전문의가 의료취약지에 적절히 분배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정비하는 것이 문제를 해결하는 적절한 방법일 것입니다. 카드 뉴스 공공의대 신설 中
2020년 브라질에서 코로나-19 중증 환자의 사망률은 민간 병원에서 29.1%, 공공병원에서 51.7%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대한민국보다 10년 일찍 공공의료 정책을 실시한 브라질에서 나타난 결과입니다.
2010년부터 2020년까지 브라질의 의과대학생은 2배 증가하였습니다. 총 300개 정도의 의과 대학이 존재하지만, 정부의 지원은 굉장히 열악하며, 이러한 정책은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오히려 많은 의료적 문제를 초래했습니다. 의료 4대악 中
지금까지 순수한 열정을 가지고 현실보다 이상을 택할 것이라 늘 다짐했던 나조차 심각하게 나의 미래와 진로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다. 내가 이 과들을 선택한다면 내 앞에 펼쳐질 미래가 어떨지 너무나 뻔하게 보였기 때문이다. 최선을 다해, 몇 시간 동안 땀과 눈물을 흘려가며 환자의 생명을 살려내도, 병원에서는 적자만 내는 과 취급을 당하고, 적자만 내는 과이기에 자연스럽게 병원에서도 ‘기피과’ 전문의의 일자리가 별로 없는 이 괴이한 현실을 마주하고 너무나 가슴 아팠고, 분노했다. 많은 학생이 소아청소년과를 가지 않는 것이 정말 의사 수가 부족해서일까? 아니면 우리의 사명감과 희생정신이 부족해서일까? 소아청소년과라는 기피과에 가지 않는 상황에 집중할 것이 아니라, 갈수록 출산율이 급격하게 떨어져서 소아청소년과가 기피과가 되게 만드는 사회 현상에 집중하고, 이것을 먼저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일반외과, 흉부외과, 소아외과에 의사들이 가지 않는 것이, 전국의 소아외과 전문의가 48명밖에 없는 것이 의사 수가 부족해서일까? 아니면 우리의 사명감과 희생정신이 부족해서일까? 그들이 말하는 사명감과 희생정신을 가지고 이런 기피과를 전공하고 자신의 시간과 노력과 모든 열정을 바쳐 환자를 살려내도 적자만 내는 과 취급당하는 현실이 문제가 아닐까? 그 답이 너무나 뻔하고 당연한데도, 환부를 도려내기보다 다짜고짜 붕대만 감는 정부의 태도에 숨이 막힌다. 본질에 집중하지 않고, 쉬운 길만 가려는 그들에게 우리는 도대체 어떻게 대화를 시도해야 하며, 어떤 행동을 취해야 하는가?
나는 현재 가장 가고 싶은 과가 ‘소아외과’이다. 내가 가진 지식과 술기를 이용해 아픈 아이들의 생명을 살려내고 싶다. 하지만 현재 소아외과가 처한 현실들이 바뀌지 않는다면, 3년 뒤, 과를 정할 때 과연 나는 소아외과를 선택할 수 있을까? 부디 내가 속한 대한민국의 지도자들이 생색내기용 정책이 아니라 정말 국민과 나라를 위한 선택을 하길 간절히 소망한다. 그리하여서, 열정과 사명감을 가지고, 힘든 길도 마다하지 않고 가겠다고 다짐하는 전국의 많은 의대생의 꿈이, 너무나 처참한 현실에 좌절되지 않는 그런 미래를 꿈꿔본다. 수필 中
기피를 선호로 바꾸기 위해서는 처우를 개선하는 시스템의 변화가 절실하다.
처우 개선이 없이 이상적인 생각만을 가지고 실행한 정책의 실패는 사실 과거에 이미 입증되었다. 이 또한 내가 그 속에서 직접 겪고 체감한 것이다. 그것은 바로 내가 속해 있는 의학전문대학원(이하 의전원)이다. 의전원 정책의 최초 이상적인 취지는 여러 분야의 전공자들을 모집하여 기초의학 전공자를 늘리고자 함이었다. 하지만 화학과와 생물학과 등의 기초과학 전공자 중 우수인력들이 모두 의전원으로 빠져나가기만 하였고 임상 의사 비율은 더욱 증가하였다. 그리고 나 또한 임상 의사를 꿈꾸고 있다. 애초에 의전원 시험 자체가 생물과 화학으로 이루어져 있으므로 생물학과, 화학과 등 기초과학을 전공하는 사람들이 유리했고 많은 지원과 합격이 이루어졌다. 기초과학에서 비전을 찾을 수 없는 똑똑한 인재들이 제 살길을 찾아간 것이다. 기초과학을 버리고 온 사람들이 기초의학을 전공할 리 만무한 것이다. 수필 中
충분한 논의와 고려 없이 세워진 의료 정책의 피해는 결국 우리 모두에게로 돌아옵니다. 다 하지 못한 말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