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명 | 0시 동물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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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가 | 16,000원 |
상품요약정보 | 28편의 시와 9편의 단편소설, 크고 작은 그림이 수록된 <0시 동물원>은 하나의 분위기이자 가상의 공간으로, 우리가 끝내 마주하는 삶의 아이러니의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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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 0시 동물원
저자: 조한샘
출판사: 측간소음
출간일: 2023-10-30
분야: 시
제본: 무선제본
쪽수: 316p
크기: 118*193 (mm)
ISBN: 9791198454102
정가: 16,000원
“20년간의 돌고래 쇼를 마치고 제주 바다에 방류된 금등과 대포가 6년째 행방불명이다.”
28편의 시와 9편의 단편소설, 크고 작은 그림이 수록된 <0시 동물원>은 하나의 분위기이자 가상의 공간입니다. 멀고 먼 각자의 서식지로부터 온 동물들처럼, 이곳에 머무는 이야기들은 자기만의—무늬가 된—슬픔과 비밀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책 속 이들은 어제도 오늘도 아닌 시간에,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채, 그저 향하고 있습니다. 아무리 멀어지더라도 여전히 동물원입니다. 마침내 익숙하게 펼쳐진 일상의 어느 자리에 줄곧 스며 있었던, 그러다 불현듯 들이닥치는 낯선 장면 앞에서 호기심에 들뜨거나 난처한 얼굴이 됩니다.
<0시 동물원>은 우리가 끝내 마주하는 삶의 아이러니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저자는, 자정이 되어 동물원을 찾아온 관람객의 심정이 되어 달라고 합니다. 기쁘거나 슬프고, 무섭거나 반갑고, 순간의 떨림이 설렘인지 두려움인지 판단할 수 없는 이 속에서, 모호한 경계 주위를 함께 서성이자고 합니다. 기왕이면 네발로.
조한샘 (글/그림)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립니다.
1부 여기서부터 45분
4차 산업 혁명 시대의 생활과 건강
겨울 여관
n번째 배꼽
돌무덤의 섬 2
거리의 개
역할극
인어가 사는 집
2부 먹이를 주지(던지지) 마시오
악마에 관한 오해
요즘 누가 시 같은 거 읽는다고
참치 떼
반려동물
나의 좀비 친구
얼룩말
토끼 우리
3부 Staff Only
지하 극장
NIGHT POOL
연무왕
홈, 스위트, 홈
롱 베이컨 더블 패티 버거
고깃집에서
산타에 관한 오해
돌무덤의 섬 1
토스트
책과 사탕
4부 어지럼증을 유발할 수 있음
족보
피실험자 이 모 씨의 일일
에이리언
놀이터에서
수중 교실
이티
스노우볼
어떤 진화론
5부 식물원
돌무덤의 섬 3
너의 정원
흰 밤, 흰 개
9월23일
돌무덤의 섬 4
[부록] 경비원의 근무 일지
수면 모드였던 컴퓨터가 돈다
먼지 쌓인 모니터에 깜박깜박 글자가 표시된다
성에꽃이 핀 입술을 슬금슬금 움직이며
캡슐 안에 냉동 인간이 말을 한다
너무 춥긴 하지만,
22세기라는 말은 미래 같지 않아
둘러대는 변명 같잖아
잠깐만 더 얼어 있자.
— '4차 산업 혁명 시대의 생활과 건강' 에서
진찰실에 아이는 윗옷을 번쩍 들어 올렸다. 최 선생은 배 위 적당한 부위에 청진기를 가져다 대고, 잠자코 폐나 심장 소리를 들었으면 좋았을 것이다.
“너는 1,483번째 배꼽이란다.”
최 선생이 아이에게 실제로 한 말이다.
이 말이 아동 학대인지 아닌지를 두고 논란은 확산되었다.
— 'n번째 배꼽' 에서
악마는 네가 어린 시절 아껴 두었던
금색 크레파스와 라임색 크레파스를 마음껏 쓴다
딱히 좋아하는 색깔도 아닌데
네가 남긴 생선을 화분에 심는다
고등어는 초심자가 기르기 좋고 갈치는 유려하게 떨어지는
곡선이 우아하다 굴비는 향이 오래간다
실은 나였어
네가 식탁 아래로 몰래 건네던
강낭콩과 브로콜리를 받아먹은 존재
초코가 그런 걸 좋아할 리 없잖아
— '악마에 관한 오해' 에서
동물원에 한 남자가
기린 쪽으로 시집을 던지고 있다
한 권은 드럼통에 넣고 태웠고
한 권은 아파트 화단에 묻었고
한 권은 다리 위에서 하천 아래로
한 권은 씹어 먹었고
그중 한 권을 길가는 꼬마에게 건넨 혐의로
남자는 형을 기다린다
— '요즘 누가 시 같은 거 읽는다고' 에서
버터 칼이면 충분합니다. 여자를 죽이는 데에는, 버터 칼 하나면! 놀라 까무러치며 피를 뿜어 대는 죽음만 있는 게 아닙니다. 늙고 지친 이를 애달파하다가 끝내 외면하는 죽음만 죽음이 아닙니다. 한 겹씩 향과 멋이 사라지고, 다 늙기 전에, 깜짝 놀라기도 전에, “당신의 무른 두 볼, 몇 입 떠다 맛보았으니 남긴 목숨이 아깝지 않다.” 선언하는, 여유 넘치는 마음이면 충분합니다. 여자는 일찌감치 죽었을 것입니다. 여자와 더 놀고 싶은 내가 없었다면.
— '반려동물' 에서
이 집에 소파는 죽은 동물의 가죽으로 만들어졌다
그는 죽어서 네모나고 폭신해졌다
나를 반듯하게 잘라 줘 빈틈이 없도록
사각형의 포옹을 해 줘
가족들은 그의 유언대로
무덤 위에 거푸집을 세우고
시멘트를 부었다
— '홈, 스위트, 홈' 에서
축축한 행주로 빈 식탁을 닦는 동안에도 엄마의 얼굴에는 웃음의 잔상이 지우다 만 문신처럼 남아 있어. 내가 이미 닦았다고 말해도, 엄마는 무심결에 손을 움직여. 곱씹고 다시 곱씹는 거야. 모양을 접었다가 반대로 편 색종이처럼, 자국이 남아서 자꾸만 그때로 돌아가. 그게 좋은 거야. 구겨진 것처럼 보여도, 행여 선을 따라 반듯하게 찢기더라도, 너를 알기 전의 새 얼굴로 돌아가고 싶지는 않을 거야.
집에 개라도 한 마리 있었으면 저 딱한 얼굴을 열심히 핥아 줬을 텐데.
너는 꾸역꾸역 울고 있다. 더는 눈물이 나오지 않는데도 우는 얼굴만 하면 우는 줄 안다. “뛸 거야, 말 거야,” 나도 울음이 터질 것 같다.
— '너의 정원' 에서
당신 발 주위에는 모든
멸망에 관한 알리바이가 있죠
당신이 삽질을 멈추지 않으면
내 이야기도 안 멈춰요
그리고 쉬어요
도통 짖지 않았던 개가
아주 짖지 않는 개가 되는 순간처럼
누워요 우리
악수나 포옹 없이 일단
눕기나 해요
— '흰 밤, 흰 개'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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